저자 워크숍 후기


발생일: 2012.10.11

문제:
예전에 '저자 워크숍'이라는 방식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고, 블로그에 포스팅 한 적이 있었다.

2012년 7월 경,
마침 학교 동아리에 행사가 있었는데,
진행 방법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과감하게 이 방식으로 진행을 시도해봤다.

지금은 10월이라 꽤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메모해뒀던 걸 바탕으로 여러가지 느꼈던 것들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해결책:

원래 어떤 모임이었나?

내가 속해있는 동아리는 창업 동아리이다.
동아리에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그 회원은 '수습회원'이 되는데,
정회원이 되려면 학기가 끝날 무렵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일종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 행사가 바로 수습회원이 정회원이 되는 '수습회원 워크숍'이었고,
난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했었다.

행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으로 진행해왔다.
1. 수습회원이 자기가 준비해온 사업계획서를 모두에게 발표한다.
2.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 시간이 있고, 자격을 갖춘 심사위원들은 채점지에 점수를 매긴다.
    채점지엔 '창의성', '현실성', '발표자세' 등의 항목이 있어 점수를 매기고 평균을 낸다.
3. 채점지를 모아 커트라인 이상이 되는 수습회원은 정회원 자격을 갖는다.

'심사'라고 하니 꽤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심사의 자격은 기존 정회원과 졸업한 OB회원이면 누구든지 갖는다.


기존엔 어땠고, 왜 저자 워크숍을 시도했나?

솔직히 난 기존의 수습회원 워크숍의 방식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다른 회원들에 비해 사업계획서를 쓰는 스킬이 뛰어나지도 않았고,
SWOT 분석이나 재무제표 등의 경영 지표에도 강하지 않아서,
누군가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하는 것엔 썩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고자 결심했던 큰 이유는,
수습회원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부터는 왠지 모르게 혼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는 거였다.
(물론 아닌 아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70% 이상은 그랬던 것 같다)

수습회원들의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서, 프리젠테이션이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꽤 드문 편이다.
열에 아홉은 잘해온 것보다 고쳐야 할 부분들이 더 많다.

물론 아이들은 이걸 작성하기 위해 밤을 새기도 하고, (나도 한 때 그랬던 기억이 있다)
꽤 많은 노력을 들이지만, 노련한 OB 선배들의 마음에 들리 만무하다.

수습회원 워크샵에 주로 참석하는 우리 동아리의 OB선배들은 조금 직설적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좋은 피드백을 주지만, 아이들에겐 그 충고가 꽤나 따끔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발표가 끝나면 발표자는 긴장하게 되고,
심사위원의 일방적인 충고와 발표자의 먹히지 않는 변명(?) 시간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이렇게 심각하고 부담스러워야만 하나?
편안한 마음으로 의견을 들어볼 수는 없을까?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워크숍에는 OB회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해서, 결국 나만 참석하게 됐다. -_-

몇몇 선배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더니 약간의 반대도 없지 않았지만,
꼭 경험해보고 싶었던 방식이라 과감하게 추진했다.

먼저 워크숍의 사회를 볼 회원에게, 이 방법에 대해 유선으로 설명하고,
저자 워크숍 관련 포스트를 읽어보길 권했다.


워크숍 설문지 아래와 같이 바꿨다.
참고로 기존 방식의 설문지는, '사업성', '독창성', '발표자세' 등의 요소를 체크해 점수를 체크하는 양식이었다.



워크샵이 시작하기 전에,
참석자들에게 기존에는 어떤 방법이었고, 이번엔 어떻게 진행하려는지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고 한 명씩 나가 발표를 시작했다.


결과는?

아래는 워크숍 이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것을 메모해둔 목록이다.

- 발표했던 아이들의 반응이 대체로 좋았다.
   청자들이 피드백을 주는 동안 변명이나 답변을 할 수 없었지만, 꽤 도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 모든 청자들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한편으론, 아이들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설문지에는 각 문항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추가했는데, 이 방식의 의도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발표자가 개선안에 대해 받아들이는 자세에 부담이 덜해보였다.
   기존에는 지적질에 발표자가 주눅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험 상,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아이들의 대부분의 답변이 변명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피드백을 주는 동안 발표자가 말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전달이 잘 된 것 같다.

- 기존 방법이었다면 손 들고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을 법한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다.
   손 들고 의견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모두 말하는 게 특히 좋았다.

   기존엔 거의 대부분 OB회원들이나 고학년 정회원들만 의견을 줬었다.
   이번엔 다른 수습회원(기존으로 치자면 심사 자격이 없는 모든 회원을 포함한)을 포함해 피드백을 하도록 했다.
   꽤 괜찮은 피드백도 있었고, 발표자들도 동기들이 주는 의견이라 더 편안한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 사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 거라, 설문지에는 '요약'의 절차를 생략했었다.
   직감으로 이 정보가 필요할 것 같아, 발표가 끝난 직후 몇몇 아이들에게 '요약'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지금 발표한 게 뭘 하겠다는 것 같은가?'의 질문이었고, 발표자들에게 꽤 의미있는 정보를 준 것 같았다.

- 진행 내내, '리뷰는 편안하게'를 강조했다.
   리뷰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를 그냥 말해주는 거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그저 발표자가 고르면 되는 거다'
   라고 설명했다.
   기존엔 개선 피드백이 마치 '왜 이것 밖에 못했냐'며 혼내는 느낌이 좀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고, 덕분에 많이 나아진 느낌이었다.

- 회사에서 진행하는 코드리뷰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 피드백의 개수를 1~3개로 제한했었는데, 이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기존엔 '시간 관계상~'으로 의견을 자르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이번엔 발표자가 적어 3명만 진행했었는데, 10여명이 발표했다면 좀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많아지만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 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PT 발표자는 발표 중간에는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런 방식이 약간 어색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 사실 이 워크숍은 수습회원들이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정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는 데 적합한 저자 워크숍과는 약간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기존엔 채점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 구분이 명확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한 수습회원은 모두 합격시켰다.
   

이 방식이 기존 방식에 대해 정말 더 나았는지,
내지는 앞으로도 이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전반적으로 모두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틀림없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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